두번째 스토리
'하나가 된 씨앗'
2024년 9월 25일 저녁, 하늘에는 희미한 삼각형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유안은 혜성의 조각을 발견한 이후로 '물아일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묘한 꿈을 꾸었다. 신비로운 숲 속을 거닐고 있는 자신, 손에는 은은한 빛을 내는 작은 씨앗이 들려 있었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숲의 더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그 감각은 선명하게 남아, 마치 오래된 기억처럼 그의 의식 속을 맴돌았다.
며칠 후, 유안은 문화유산 복원 프로젝트 작업 중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낯선 곳이었지만, 그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사진 속 풍경이 꿈속에서 본 그 숲과 닮아 있었다. 그곳은 높은 봉우리 위, 오랜 세월 수행자들이 찾던 성스러운 장소로 알려진 곳이었다. 꿈에서처럼 알 수 없는 강력한 끌림이 온몸을 감싸며 그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유안은 자연스럽게 그 길을 따라 나섰다. 울창한 나무가 가득한 숲, 거대한 절벽을 따라 흐르는 폭포, 길을 걸을수록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만이 그를 감쌋다.
저녁이 되자 하늘이 점점 어두워졌고, 황도대 유성우가 떠오르며 삼각형의 빛을 드리웠다. 바람조차 멀어지는 듯한 정적 속에서 유안은 신비로운 빛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 거대한 봉우리들이 수호신처럼 둘러싼, 세월의 흔적을 품은 사찰. 그곳은 바로 유안이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였다. 사방에서 감도는 영엄한 기운은 사찰을 신성하게 감싸고 있었고, 마치 하늘을 잇는 문처럼 느껴졌다.
유안이 사찰을 둘러보며 고요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등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도착했군요. 밤이 깊으니 발걸음을 조심하세요.” 온화한 표정을 띈 그를 바라보며 유안이 물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멀리 솟아오른 봉우리를 가리키며 “저쪽으로 더 올라가면.. 자연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을꺼예요.” 나즈막히 그는 말했다. “그곳에서는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어,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겁니다.”
유안은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별과 달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 아래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하늘과 닿을 듯한 기분이 들었고, 동이 틀 준비를 한 하늘은 짙은 어둠을 서서히 걷어내며 푸른빛으로 물들어 갔다. 문득 뒤를 돌아본 그의 눈앞에는 고대의 거대한 능선이 웅장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마저 멈춘 듯한 고요 속에서 저 멀리 바다 위로 작음 점 하나가 떠올랐다. 그 점은 마치 생명을 품은 씨앗처럼, 은은하게 퍼져나가며 주위의 어둠을 서서히 밀어냈다. 빛을 바라보던 유안은 점차 자신의 존재가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된 순간, 경계는 사라지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을.